기록/가져온 글

컴공에 대한 변화

ok ok 2025. 7. 1. 06:10


‘세상의 모든 지혜’라는 별명의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노년에도 인터넷과 PC에 능숙했다. 생전에 그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책과 인터넷’을 주제로 BBC 다큐를 찍는 중이었는데, 2층 난간에서 종이책과 함께 킨들(전자책 리더)을 1층 바닥으로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킨들은 부서졌지만, 종이책은 약간 구겨졌을 뿐 멀쩡했다. “작위적인 퍼포먼스 아니냐”는 말에 그는 “우스꽝스럽겠지만 진실을 담고 있소. 책이 사라질 거라 하지만, 인터넷도 사라질 수 있소”라고 했다.

▶최근까지 열풍이던 컴퓨터 관련 학과 인기도 그렇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컴퓨터학과 정원은 네 배 증가했다. 실리콘밸리의 입도선매 소식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상승 곡선이 꺾였다는 뉴스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카네기멜런대의 이 학과 취업률은 2년 전까지 400%였다. 한 사람이 4~5곳에 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50%로 감소했다고 했다. 프린스턴대의 루신키에비츠 컴퓨터학과장은 2년 안에 졸업생 수가 25% 감소할 것이라 예측했고, 듀크대의 이 전공 입문 과정 등록자 수는 최근 1년간 실제로 20% 줄었다.

▶침체의 주범은 AI다. 인공지능은 글쓰기도 잘하지만, 더 잘하는 게 컴퓨터 코딩이다. 대학생들은 초보 IT 개발자의 암울한 취업 전망을 누구보다 빨리 체감하고 있다. 실력 있는 중견 엔지니어가 코딩 AI를 활용하면 어설픈 초보 개발자와 일하는 것보다 몇 배 생산성이 오른다는 경험담이 속출하고 있다. 구글과 MS는 이미 전체 25%의 코딩을 AI에 의존한다.

▶AI 시대, 어느 전공인들 보장이 있을까. 역사를 전공한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했다. “수학과 과학 등 개별 과목을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런 공부는 AI가 훨씬 더 잘할 테니까. 지금까지 인간은 20대까지 공부한 걸로 평생 먹고살았지만, 앞으로는 나이 예순에도 여든에도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뭘 새로 배워야 할지는 알 수 없다. 단, 경직되어 있는 사람, 마음이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