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신성한’ 가족
선우정 논설위원
조국 전 장관 모친이 “아드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모습에 괴로워하시던 성모님의 마음을 2년 넘게 체험하고 있다”는 편지를 어느 사제에게 보냈다. 자신의 처지를 성모 마리아에, 아들을 예수에 비유했다. 조 전 장관은 “목이 멘다”고 답했다. 잘못한 일이 많으면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보통 사람은 조용히 있다. 그런데 이 ‘성모와 예수’ 글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다른 사람들 보라는 것이다. 그러자 “신성(神聖) 가족”이라는 말이 나왔다.
▶'신성’은 세상의 비속한 존재와 구별되는 고결함을 뜻한다. 신성을 비판하면 비판하는 쪽이 벌을 받는다. 21세기에 북한 말고 이런 존재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한국 사회엔 조씨 일가를 신성으로 받드는 사람들이 있다. 25만명이 조씨 딸 의전원 입학 취소 반대 청원에 동의했다.
▶여권이 강행하는 언론징벌법을 “이상직법”이라고 한다. 감옥 가기 직전 이상직 의원이 자신에 대한 비리 보도를 막으려고 이 법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면 조국과 연결된다. 온갖 비리가 드러나 조씨가 장관 사퇴를 선언한 날,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은 스스로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받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왜곡 기사를 쓰면 징벌적 배상으로 완전히 패가망신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조씨 일가에 대해 함부로 보도하면 벌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징벌법은 이렇게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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