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壁隙風動),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범해요(心隙魔侵). 

틈이 무엇인고 하니 분열이라.”

 

 



[일사일언] 인생의 작전타임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우주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는 빛의 속도로 달려도 930억 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공간을 채우는 별의 숫자는 6000해(垓) 개에 이른다. 해는 0이 20개가 있는 엄청난 숫자다. 우주 전체로 볼 때 지구는 모래 한 알보다도 작다. 그 위에 사는 우리는 티끌 위에 놓인 미미한 존재일 터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 여기에 견주면 우리네 삶은 찰나보다도 짧다. 우주의 눈으로 볼 때 우리 눈앞의 고민은 아무 일도 아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말도 비슷한 위안을 준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아무리 견디기 힘든 일도 결국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으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삶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경쟁 또한 날로 치열해지는 요즘이다. 일상은 언제나 근심과 한숨거리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가슴이 먹먹하고 앞날이 막막할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인생의 작전타임’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옛 임금들의 바쁜 하루에는 ‘강제 작전타임’이 있었다. 성현의 말씀과 역사를 공부하는 경연(經筵)은 왕의 의무였다. 이는 군주가 역사의 관점에서, 현자의 눈으로 마음을 조율(tuning)하게끔 했다. “역사의 눈으로 보면 지금의 결정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지혜로운 자들은 나의 고민에 뭐라고 충고할까?” 등을 곱씹을 때, 조급함은 스러지며 크고 넓은 생각이 열린다. 우리도 왕들처럼 때때로 우주의 관점에서, 역사의 눈으로 우리 삶을 찬찬히 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우주의 눈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우리 삶이 귀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생활의 긴장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삶은 짧을수록 더 소중하다. 하루살이에게 한나절은 인간의 하루보다 훨씬 절절하다. 작전타임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찾아드는 ‘지금, 이 순간’들을 소홀히 보내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시야를 넓히면 어느덧 마음에는 의연하게 현실을 헤쳐갈 여유가 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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