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와 칼은 손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그 이상이다. 책은 기억의 확장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장석주의 <취서만필>은 여러 날 전에 읽었지만 읽고 싶은 책이 많아 두 권의 책을 더 읽고 난 후에야 노트 정리를 하였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책은 여러 가지로 제약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마음대로 밑줄을 칠 수도 없고 깨알 같은 글씨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넣지도 못한다. 어쩌다가 연필로 밑줄을 표시 하고 보면 책을 돌려 줄 때가 되면 지우개로 지우느라 애를 먹는다. 역시 책은 사 봐야 한다. 그런데도 다 사볼 수 없으니 여전히 빌려본다. <취서만필>은 먼저 빌려 읽고 다시 구입했다.
시인이며 비평가요 2만 권의 장서가요 독서광인 장석주의 <취서만필>(부제: 책에 취해 마음 가는 대로 쓰다)은 독서편력기다.
제1부 '책, 사소함에 취하다'에서부터 제4부, '책 예술에 취하다'까지 수많은 작가들과 책을 장석주의 잘 요리한 안내로 만날 수 있다. 그의 글은 한편 한편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과 깊은 사유 속에서 건져 올린 지성과 감성으로 엮은 글들에 깊이 빠져든다.
그는 한 해에 수백 권의 책을 사서 읽는 독서광인가 하면 또한 한 해에 다섯 권 안팎의 책을 집필하는 왕성한 창작열을 내뿜는다. 그가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그가 읽은 책을 어떻게 소화시키고 글을 써왔는지를 장석주의 독서일기를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한 책들은 모두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읽기와 사유의 깊이와 글에 장석주의 글은 매료되고 만다. 그의 글맛을 한 번 보면 자꾸만 그의 저서를 찾아 읽고 싶게끔 만든다.
저자의 다른 책 <고독의 권유>에서 "나는 침묵, 견고한 책상, 펜과 백지, 나만의 시간, 무서운 집중력들을 꿈꾼다. 인류에게 유익한 그 무언가 경이로운 것은 거의 모두 정금과도 같은 순도 높은 자기만의 시간에서 탄생한다"고 했듯이 그런 가운데 태어난 글들이리라.
역시 같은 책에서 그는 "나의 혈관을 흐르는 피와 근육들은 책의 자양분에 의해 형성된 것들이다. 책은 나의 유일한 학교였다. 그것은 획일화된 규율과 책임을 강요하지 않는 학교다.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인격, 개성,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어떤 억압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탁월한 학교였다"라고 썼다.
이 책에서 장석주가 소개한 작가와 저작들 중에 유독 관심을 끈 것은 책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보르헤스, 알베르토 망구엘, 조선 후기의 북학파 실학자인 이덕무, 다치바나 다카시…. 쉰여덟 번째의 생일을 보낸 뒤 완전히 실명했다. 그러나 실명이 그의 '책을 향한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눈이 먼 보르헤스는 책을 읽어 줄 사람을 구했고, 서점에서 소년 알베르토 망구엘이 발탁되었다. 뒷날 망구엘은 이렇게 썼다.
"보르헤스에게 현실의 정수는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그 알멩이였다. 그는 수천 년 전에 시작돼서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보르헤스에게로 가는 길' 중)
조선시대 후기 북학파 실학자 중의 한 사람인 이덕무는 21세가 될 때까지 하루도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온갖 서적을 두루 구해 읽었는데 평생 읽은 책이 2만 권이고 손수 베낀 책이 수백 권이다.
집은 비바람을 채 가리지 못할 정도였고, 끼니조차 자주 거를 정도로 이덕무는 가난했다. 오죽하면 한겨울에 자다가 일어나 이불 위에 <한서> 한 질을 덮고 <논어>를 매서운 바람이 들어오는 곳에 병풍처럼 세워 주위를 막았을까. 그런 가난 속에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이덕무는 마침내 나이 39세가 되던 해 규장각 초대 검서관에 임명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에서 명실공히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명문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갔지만 3년 만에 짐을 싸들고 나온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점점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읽어치우지 못하게 되었다…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는 책들이 책장 가득히 꽂혀 있는 것을 매일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은 심한 고통이었다"라고 했다. 장석주 역시 독서광이다. 그의 본격적인 독서편력은 20세 때 시작되었다고 '나의 독서편력기'에서 쓴다.
"나는 시립도서관에서 전가통의 세계를 꿈꾸고, 동과 서, 옛것과 새것들을 두루 찾아 읽으며 그것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청년시절을 보냈다. 어깨너머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립도서관의 참고 열람실에서 이루어진 책읽기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희망 없는 내일과 궁핍이 의식을 옥죄었지만 날마다 책들을 읽는 것으로 그 고통을 견뎌냈다.
20대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생업에 전력투구하던 시절은 아주 암울하고 빈곤한 시절이다. 반가통의 독서로 겨우 연명하고, 늘 알 수 없는 결핍감과 불행한 느낌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생업에서 풀려 나온 뒤로 나의 독서편력은 다시 활력을 찾고 풍요로워졌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에는 책에 온전히 몰입해서 수천 권의 책들을 읽고 수십 권의 책을 썼다. 나는 날마다 책 한 권 읽기를 실천하는 원칙을 따르려고 애쓴다."(p378)
그에게 있어 책 읽기는 '하루도 쉬지 않고 책을 한 권이나 두 권씩 읽어치우는 것은 책 읽기에서 찾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나는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저자는 또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부지런히 책을 구해 읽었으니, 이것은 책으로 유폐하는 것이요, 책으로 망명하는 것이고, 책 속의 위리안치였다. 나는 기꺼움으로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 하루에 여섯 시간, 때로는 그보다 많은 시간을 책 읽는 데 바친다. 어느 날은 세끼를 먹는 시간도 아까워 두 끼만 먹고 종일 책을 붙들고 읽는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정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아무 업무도 없는 그런 오롯한 자유,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를 조각조각 쪼개 분주함 속에 흩뿌리지 않아도 되는 오직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집중력 속에서 책을 읽는 게 행복했다. 그 행복이 덧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른 무엇과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쉬지 않고 읽는다. 읽음으로써, 나는 존재한다. 나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먹고 산다. 책의 성분 요소들인 질료들과 날짜와 속도들을 먹고 산다. 그렇게 함으로써 책이라는 다양체를 내화한다. 나는 하나의 이성,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이성, 여러 개의 주체다. 차라리 흩뿌려진 점들, 차이의 유목민들이다. 책은 하나의 점이며, 점들로 이루어진 선이다. 나는 그 점과 점들을 잇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책에 미친 사람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독서광 즉 책에 미친 사람은 많고 많다는 것을 알았고 책을 어떻게 깊이 읽고 어떻게 내재화시켜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풀어내는지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독서일기나 서평쓰기 등 작가마다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 좋은 한 예였다.
책에 미친 사람들은 많고도 많아 나는 감히 그 축에 낀다고 말도 못할 정도다. 책에 미친 사람들의 독서편력기는 흥미진진하다. 그들은 어떻게 책을 읽어왔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들에게 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문자를 해독하게 된 이후로 끊임없이 책을 읽어왔지만 지난 10년은 특히 책읽기 시간이 더 늘고 집중은 더 높아졌던 세월이 분명하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가택연금을 선택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유폐된 상태에서 그저 책만 읽었다. 카프카는 말한다. "만약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정수리를 내려치는 타격으로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그걸 무엇 때문에 읽어야 하겠어?" 그렇다.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책"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부지런히 책을 구해 읽었으니 이것은 책으로 유폐하는 것이요 책으로 망명하는 것이고, 책 속의 위리안치였다. 나는 기꺼움으로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 하루에 여섯 시간, 때로는 그보다 많은 시간을 책 읽는 데 바친다."(p38~)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칩거 속에서 오롯한 시간을 독서에 바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장석주의 책읽기의 뜨겁고도 차가운 열정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쉬지 않고 읽는다. 읽음으로써, 나는 존재한다." "세계는 거대한 사막이고 책은 오아시스다. 나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다" 나도 책을 먹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장석주의 <취서만필>은 여러 날 전에 읽었지만 읽고 싶은 책이 많아 두 권의 책을 더 읽고 난 후에야 노트 정리를 하였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책은 여러 가지로 제약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마음대로 밑줄을 칠 수도 없고 깨알 같은 글씨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넣지도 못한다. 어쩌다가 연필로 밑줄을 표시 하고 보면 책을 돌려 줄 때가 되면 지우개로 지우느라 애를 먹는다. 역시 책은 사 봐야 한다. 그런데도 다 사볼 수 없으니 여전히 빌려본다. <취서만필>은 먼저 빌려 읽고 다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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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책, 사소함에 취하다'에서부터 제4부, '책 예술에 취하다'까지 수많은 작가들과 책을 장석주의 잘 요리한 안내로 만날 수 있다. 그의 글은 한편 한편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과 깊은 사유 속에서 건져 올린 지성과 감성으로 엮은 글들에 깊이 빠져든다.
그는 한 해에 수백 권의 책을 사서 읽는 독서광인가 하면 또한 한 해에 다섯 권 안팎의 책을 집필하는 왕성한 창작열을 내뿜는다. 그가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그가 읽은 책을 어떻게 소화시키고 글을 써왔는지를 장석주의 독서일기를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한 책들은 모두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읽기와 사유의 깊이와 글에 장석주의 글은 매료되고 만다. 그의 글맛을 한 번 보면 자꾸만 그의 저서를 찾아 읽고 싶게끔 만든다.
저자의 다른 책 <고독의 권유>에서 "나는 침묵, 견고한 책상, 펜과 백지, 나만의 시간, 무서운 집중력들을 꿈꾼다. 인류에게 유익한 그 무언가 경이로운 것은 거의 모두 정금과도 같은 순도 높은 자기만의 시간에서 탄생한다"고 했듯이 그런 가운데 태어난 글들이리라.
역시 같은 책에서 그는 "나의 혈관을 흐르는 피와 근육들은 책의 자양분에 의해 형성된 것들이다. 책은 나의 유일한 학교였다. 그것은 획일화된 규율과 책임을 강요하지 않는 학교다.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인격, 개성,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어떤 억압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탁월한 학교였다"라고 썼다.
이 책에서 장석주가 소개한 작가와 저작들 중에 유독 관심을 끈 것은 책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보르헤스, 알베르토 망구엘, 조선 후기의 북학파 실학자인 이덕무, 다치바나 다카시…. 쉰여덟 번째의 생일을 보낸 뒤 완전히 실명했다. 그러나 실명이 그의 '책을 향한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눈이 먼 보르헤스는 책을 읽어 줄 사람을 구했고, 서점에서 소년 알베르토 망구엘이 발탁되었다. 뒷날 망구엘은 이렇게 썼다.
"보르헤스에게 현실의 정수는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그 알멩이였다. 그는 수천 년 전에 시작돼서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보르헤스에게로 가는 길' 중)
조선시대 후기 북학파 실학자 중의 한 사람인 이덕무는 21세가 될 때까지 하루도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온갖 서적을 두루 구해 읽었는데 평생 읽은 책이 2만 권이고 손수 베낀 책이 수백 권이다.
집은 비바람을 채 가리지 못할 정도였고, 끼니조차 자주 거를 정도로 이덕무는 가난했다. 오죽하면 한겨울에 자다가 일어나 이불 위에 <한서> 한 질을 덮고 <논어>를 매서운 바람이 들어오는 곳에 병풍처럼 세워 주위를 막았을까. 그런 가난 속에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이덕무는 마침내 나이 39세가 되던 해 규장각 초대 검서관에 임명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에서 명실공히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명문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갔지만 3년 만에 짐을 싸들고 나온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점점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읽어치우지 못하게 되었다…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는 책들이 책장 가득히 꽂혀 있는 것을 매일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은 심한 고통이었다"라고 했다. 장석주 역시 독서광이다. 그의 본격적인 독서편력은 20세 때 시작되었다고 '나의 독서편력기'에서 쓴다.
"나는 시립도서관에서 전가통의 세계를 꿈꾸고, 동과 서, 옛것과 새것들을 두루 찾아 읽으며 그것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청년시절을 보냈다. 어깨너머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립도서관의 참고 열람실에서 이루어진 책읽기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희망 없는 내일과 궁핍이 의식을 옥죄었지만 날마다 책들을 읽는 것으로 그 고통을 견뎌냈다.
20대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생업에 전력투구하던 시절은 아주 암울하고 빈곤한 시절이다. 반가통의 독서로 겨우 연명하고, 늘 알 수 없는 결핍감과 불행한 느낌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생업에서 풀려 나온 뒤로 나의 독서편력은 다시 활력을 찾고 풍요로워졌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에는 책에 온전히 몰입해서 수천 권의 책들을 읽고 수십 권의 책을 썼다. 나는 날마다 책 한 권 읽기를 실천하는 원칙을 따르려고 애쓴다."(p378)
그에게 있어 책 읽기는 '하루도 쉬지 않고 책을 한 권이나 두 권씩 읽어치우는 것은 책 읽기에서 찾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나는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저자는 또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부지런히 책을 구해 읽었으니, 이것은 책으로 유폐하는 것이요, 책으로 망명하는 것이고, 책 속의 위리안치였다. 나는 기꺼움으로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 하루에 여섯 시간, 때로는 그보다 많은 시간을 책 읽는 데 바친다. 어느 날은 세끼를 먹는 시간도 아까워 두 끼만 먹고 종일 책을 붙들고 읽는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정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아무 업무도 없는 그런 오롯한 자유,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를 조각조각 쪼개 분주함 속에 흩뿌리지 않아도 되는 오직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집중력 속에서 책을 읽는 게 행복했다. 그 행복이 덧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른 무엇과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쉬지 않고 읽는다. 읽음으로써, 나는 존재한다. 나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먹고 산다. 책의 성분 요소들인 질료들과 날짜와 속도들을 먹고 산다. 그렇게 함으로써 책이라는 다양체를 내화한다. 나는 하나의 이성,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이성, 여러 개의 주체다. 차라리 흩뿌려진 점들, 차이의 유목민들이다. 책은 하나의 점이며, 점들로 이루어진 선이다. 나는 그 점과 점들을 잇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책에 미친 사람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독서광 즉 책에 미친 사람은 많고 많다는 것을 알았고 책을 어떻게 깊이 읽고 어떻게 내재화시켜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풀어내는지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독서일기나 서평쓰기 등 작가마다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 좋은 한 예였다.
책에 미친 사람들은 많고도 많아 나는 감히 그 축에 낀다고 말도 못할 정도다. 책에 미친 사람들의 독서편력기는 흥미진진하다. 그들은 어떻게 책을 읽어왔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들에게 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문자를 해독하게 된 이후로 끊임없이 책을 읽어왔지만 지난 10년은 특히 책읽기 시간이 더 늘고 집중은 더 높아졌던 세월이 분명하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가택연금을 선택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유폐된 상태에서 그저 책만 읽었다. 카프카는 말한다. "만약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정수리를 내려치는 타격으로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그걸 무엇 때문에 읽어야 하겠어?" 그렇다.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책"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부지런히 책을 구해 읽었으니 이것은 책으로 유폐하는 것이요 책으로 망명하는 것이고, 책 속의 위리안치였다. 나는 기꺼움으로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 하루에 여섯 시간, 때로는 그보다 많은 시간을 책 읽는 데 바친다."(p38~)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칩거 속에서 오롯한 시간을 독서에 바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장석주의 책읽기의 뜨겁고도 차가운 열정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쉬지 않고 읽는다. 읽음으로써, 나는 존재한다." "세계는 거대한 사막이고 책은 오아시스다. 나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다" 나도 책을 먹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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