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다카르 랠리' 스타트… 사막·산맥 등 2주간의 대장정사고 많아… 완주율 30~40%

'21세기 오디세우스'의 모험이 막을 올렸다.오디세우스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주인공. 트로이 전쟁 영웅인 그는 10년간 괴물과 자연재해 등의 고난을 헤치고 귀향에 성공한다. 5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그에 못지않은 험난한 여정을 펼칠 이들이 출발선을 떠났다. 2015 다카르 랠리에 참가한 665명의 출전자다.선수들은 자동차·트럭·바이크·4륜 바이크 등을 타고 2주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해발 6900m에 이르는 안데스 산맥 등을 무사히 통과해야 결승선에 다다른다. 총 코스 길이는 약 9290㎞. 잠은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 중간 휴식일은 하루뿐이다. 참가자들은 하루에 500~1000㎞씩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보통 연료는 2000L가량(자동차 기준)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상 최대의 오프로드 경주 대회인 다카르랠리가 5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막을 올렸다. 자동차 부문에 참가한 로비 고든(46·미국)의 허머 차량이 먼지를 일으키며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AP 뉴시스

올해로 37회째를 맞은 다카르 랠리는 '죽음의 경주'로 악명이 높다. 그간 60여명이 충돌, 운전 실수, 지뢰 폭발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1979년 이 대회를 창설한 프랑스의 모험가 티에리 사빈도 1986년 헬리콥터로 코스를 돌아보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출전자들의 완주율은 평균 30~40%에 그친다. 원래 대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세네갈의 다카르를 종착점으로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대회에 앞서 프랑스 여행객이 무장 괴한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후 주최 측은 테러 위협을 고려해 대회 장소를 남미로 옮겼다.위험천만한 레이스에서 우승해도 상금은 없다. 오히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2000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도 BMW·혼다·도요타·KTM 등 세계 유명 자동차·오토바이 업체의 후원을 받은 프로 드라이버들과 극한의 짜릿한 경험을 원하는 아마추어들이 목숨을 걸고 몰려든다. 올해는 프랑스의 자동차 제조사인 푸조가 25년 만에 팀을 꾸려 다시 나왔고, 스페인 에너지 기업 악시오나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를 내보냈다.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 부문 챔피언 나니 로마(스페인)는 이날 진행된 1구간(부에노스아이레스-비야 카를로스 파스·약 837㎞)에서 충돌로 인한 차량 고장으로 6시간가량 움직이지 못해 이미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대신 아르헨티나 출신의 올란도 테라노바가 자동차 부문 1위로 나섰다. 로마는 "실망스럽긴 하지만 다카르 랠리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2연속 우승은 어려워졌지만 레이스 완주를 위해선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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