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땜에 서쪽하늘은 그냥스치기에는 아름답다. -

 

좋은 변화와 나쁜 변화를 가르는 기준이 있을까.

어설프나마 이런 프레임을 짜 본다.

즐거움과 기쁨은 다르다.

즐거움에 천착하는 것은 좋지 않은 변화다.

기쁨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변화다.

가령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희희덕거리며 폭탄주를 돌리는 일은 즐겁다.

그러나 다음 날 변기를 붙잡고 기도할 때의 후유증은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밤새 책을 읽는 일은 즐겁지 않다.

그러나 새벽에 마지막 장을 넘길 때의 기쁨은 그 즐겁지 않음의 총량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해서 어떤 일을 할 때 소생은 매번 자문한다. 이 일은 즐거움을 주는 일인가 기쁨을 주는 일인가.

 

그런 식으로 연장해 생각해보면 즐거움은 대체로 아이의 영역이고 기쁨은 대부분 어른의 영역인 것 같다.

물론 궁극의 단계는 즐거움과 기쁨의 대상이 일치하는 것이겠다.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 하실 수 있겠다.

신나고 즐겁게 술 마시고 다음 날도 여전히 기쁘다면 어떤 경우입니까.

그건 술이 덜 깬 상태라서 그렇다.

혹은 주머니에 구겨 넣은 카드 영수증을 아직 펼쳐보지 않아서 그렇다.

최근 연구비를 유용하여 유흥주점에서 놀았다는 공공기관 연구원들의 기사를 보면 '애들'의 영역, 즐거움의 영역을 졸업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남정욱/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