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Cui bono?)’라는 질문은 범죄의 동기를 찾아내기 위해 기원전부터 한 질문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범죄로 얻는 이익이 있다. 따라서 이익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범인이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법정에서도 범죄 동기가 없다면 범죄 성립이 어렵다.

중국 고대 사상가인 한비자는 범죄자뿐 아니라 모든 인간을 기본적으로 이(利) 지향적 동물로 파악했다. 

그는 “수레를 만드는 여인(輿人)은 모두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관을 짜는 장인(匠人)은 사람이 일찍 죽기만을 기다린다.

 이는 정녕 여인이 장인보다 선해서가 아니라, 이득이 있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결국 인간 통치에는 애정이나 의리 따위보다 냉혹한 이해관계가 더 효과적이라는 통치 철학을 말하고 있다.

한비자가 아니라도 인간이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통찰은 아니다. 

범죄자의 동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다 보니 오히려 손해 보고 사는 사람들이 이상할 지경이다. 

누군들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 범죄자가 되었겠는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무엇-그것이 돈이든, 지위든-을 부나방처럼 좇다 보니 어느새 범죄자 꼬리를 달게 되었을 것이다. 

공자가 일찍이 ‘이(利)’를 보면 ‘의(義)’를 생각하라고 한 것도 범죄를 면하라는 비방(祕方)일지 모른다.

남이 얻은 부당한 이익에는 분노하면서 정작 자신이 입은 부당한 손해에는 의외로 무신경한 사람이 많다. 

무신경하니 분노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눈을 부릅뜨고 보라. 

멀쩡히 있는 나와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그게 시민 의식이다.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사람들은 대개 제일 좋은 것은 써보지도 못한 채 죽는다고 한다. 어른들이 늘 “아끼다 똥 된다”고 했던 이유다.
서양에도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라는 말이 있다.

탈무드는 “좋은 항아리를 가지고 있다면 오늘 사용하라. 내일이면 깨져버릴지도 모른다”라고 가르친다.
과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now)이고,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여기(here)다.
두 가지를 합치면 ‘nowhere’가 된다. 쉽게 말해 “있을 때 잘해”라는 거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길이다.

“협상이란 마음에 안 드는파트너와 춤추는 방법이다언제나 준비된 자가 이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영화 ‘대부’의 명대사다.

 협상학의 세계 최강 미국은 우선 관계와 문제를 철저히 분리한다. 

가장 중요한 건 사전에 내가 최종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고수들은 상대의 ‘진짜 의도(hidden spot)’를 알아내기 위해 협상을 바로 깨버리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인의 협상이란 한마디로 “갈 데까지 가자”였다. 이런 실력으론 결국 얼마 못 가 꼬리를 내리게 된다. 

협상 결렬 때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대안(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없이 테이블에 오르는 건 일종의 자살이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마라. 그러나 협상을 두려워하지도 마라.” 케네디의 말이다.

자료사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나라 중 아시아 국가(호주 제외)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입니다. 8강 진출에는 두 나라 모두 실패했습니다. 세계 인구 60% 이상이 사는 아시아는 월드컵 축구 성적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지역 특성과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는 1만년 전부터 수작업이 많은 쌀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부단히 손을 놀려 쌀농사를 지어온 동양인은 손재주가 좋아서 탁구나 배드민턴, 양궁 등을 잘합니다. 반면 역사적으로 목축과 수렵을 주로 한 서양인은 축구, 럭비 등 다리로 하는 운동에 강점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축구 강국은 세네갈, 나이지리아, 카메룬, 가나 등인데, 이 나라들은 밀림 지대인 중서부에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순발력이 뛰어나야 사냥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 축구는 선수들이 경기당 10km 이상 달리지만, 본질은 폭발적 달리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축구 강호가 밀림 지대에 몰려 있는 이유지요.

반면 마라톤 등 장거리 육상을 지배하는 선수 대부분은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동북부 아프리카 출신입니다. 이곳은 초원 지대로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이 사냥감을 수킬로미터 추격하여 잡곤 했습니다. 털이 있는 짐승은 땀샘이 적어서 장거리를 달리는 데 불리합니다. 땀샘이 잘 발달한 인간은 짐승을 멀리 추격하여 잡을 수 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가 일상이던 동북부 아프리카 사람 후예가 마라톤 강자가 된 이유입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도 한국 선수들이 16강에 들어간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롱런((long-run) 하려면 롱런(long learn) 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이런 격변 시대엔 계속 배워야 산다.
배움의 세 가지 기둥은 많이 보고, 공부하고, 겪는 것이다.

옛날에는 공부를 구도(求道)라 했다.
공부란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기 성찰이다.
논어의 ‘위기지학(爲己之學)’도 같은 차원으로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공부란 나답게 살아가는 삶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길임을 증명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누구나 평생 학생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사는 법을 배워라.” 세네카의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관리 비용 250만원을 주지 않는다며 함께 살던 풍산개 두 마리를 내보냈다. 키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돈을 핑계로 떠나보냈다니 비상식적이다. 세계의 ‘전직 대통령’ 중 문 전 대통령만큼 세금으로 막대한 지원을 받는 사람이 드물기에 더 그렇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법으로 전직 대통령 지원을 보장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어떤 면에서 조건이 미국보다 좋다. 미국은 장관 연봉 수준, 한국은 현직 대통령 연봉의 95%를 준다.

한국 장관 연봉이 대통령의 약 60%에 불과하니 미국에 비해 괜찮게 쳐주는 셈이다. 이 기준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은 한 달에 139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이 정도를 받으려면 연금보험료를 얼마씩 내야 하는지 한 금융사에 계산을 의뢰했다. 이런 답이 왔다. ‘30년 동안 매월 1100만원 정도를 적립하면 됩니다.’

 

미국은 대통령 연금에 세금을 부과한다. 한국의 여느 연금 소득자도 세금을 낸다. 다만 전직 대통령은 안 낸다. 약 50년 전 소득세법 개정 때 추가된 면세 조항이 방치됐다. 왜 특혜를 주는지 영문을 아는 이가 없다. 다른 나라 대통령 부인들이 부러워할 초특급 추가 혜택도 있다. 평생 지급하는 유족(배우자) 연금으로, 대통령이 사망하면 대통령 급여의 70% 수준을 준다. 지금 기준으로 월 1000만원 넘게 받을 수 있다. 순직한 소방 공무원 유족에게 지급하는 연금이 생전에 받던 급여의 55~65%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큰 돈이다. 미국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뜨는 순간 배우자 연금을 연 2만달러(약 2700만원)로 줄인다. 사적 연금이 낫다며 대부분 사양한다 한다.

 

한국은 헌법(85조)에 전직 대통령 예우를 명시한 드문 나라이기도 하다. 군사 독재 시절인 1987년 추가됐다. 관련 문제를 꾸준하게 지적해온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칠레 외엔 헌법으로 정한 사례를 못 찾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통화에서 “목숨을 희생한 공직자나 의인보다, 뽑아 달래서 일한 전 대통령이 더 큰 예우를 받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물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2항은 ‘사회적 특수 계급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왕정을 버린 한국이 죽을 때까지 세금으로 우대하는 전직 대통령이란 특수 계급을 헌법으로 보장하다니요. 권위주의 정권의 흔적이 방치돼 남은 오점입니다.” 국회의원 연금은 이런 문제로 10년 전 이미 폐지됐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대통령 연금 도입의 취지를 ‘최소한의 품위 유지’라고 설명한다. 1953년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너무 가난하게 살았던 해리 트루먼이 계기가 됐다고 적혀 있다. 트루먼은 돈이 없으면서도 “대통령 경험을 팔아먹을 순 없다”며 기업이 제안하는 자리는 거절하고 강연과 방송 출연도 피했다. 소득이라곤 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나오는 군인 연금 월 113달러(현재 가치로는 약 150만원)가 고작이었다 한다. 그의 곤궁한 생활이 국가 망신이라는 지적이 일자 미 의회가 1958년 대통령 연금 등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었다.

 
대통령 퇴임 후인 1956년 미주리주 고향 마을에서 결혼을 앞둔 딸 마거릿 트루먼(조수석)과 가족들을 태우고 직접 운전하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돈이 궁했던 트루먼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져 품위 유지가 필요하다는 논란이 일어 미 의회는 1958년 전직 대통령 예우법을 만들었다. /해리 트루먼 도서관

전직 대통령 대부분이 트루먼처럼 꼬장꼬장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요즘 미국에선 물러난 대통령이 받는 혜택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연 등으로 버는 소득이 특정 수준을 넘어가면 연금을 깎자거나 경호 비용을 삭감하자는 법안이 때때로 상정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그 조건으로 대통령 연금(한 달에 약 800만원) 전액 삭감을 내걸었다. 한국은 반대로 전직 대통령 혜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보다 우수하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의 재산은 25억6000만원이다. 예금만 12억원 있다. 고액 자산가인 그의 통장엔 매월 거액의 비과세 대통령 연금이 꽂힌다. 법에 따라 병원비, 여행비, 경호비, 교통비, 통신비 등등 막대한 혜택을 덤으로 받는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세상을 뜨거나 자격을 박탈당한 탓에 이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은 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런 그가 약속한 양육비를 왜 안 주냐며 정들었을 개를 유기견 신세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엔 이렇게 썼다. ‘지금까지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말을 좀 바꿔 돌려드리고 싶다. ‘전직 대통령 부부의 안락한 여생에 소요될 연금과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을 만날 때,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집했다. 마크 주커버그의 후드티나 버락 오바마의 셔츠(회색과 푸른색 셔츠) 역시 그랬다. 중요한 건 특정 옷차림이 아니라 이들이 왜 같은 옷을 고집했는가이다. 의지력이 ‘한정된 자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인데 그의 이론은 우리가 왜 강한 결심에도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늦은 밤 술을 마시는지 보여준다.

세상 모든 선택은 심리적 비용을 요구한다.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고를지 선택하는 사소한 일조차 그렇다. 선택과 판단의 심리적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오는 것은 아침이 아닌 늦은 오후다. 상쾌한 아침과 피곤한 오후, 판사의 재소자 가석방 비율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콜롬비아 대학팀의 실험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이 하루를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정크 푸드를 선택하고, 충동 구매가 잦은 이유다. 인내력이 바닥을 드러내며 의도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되는 대로 행동하는 모드로 돌아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사람들은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아침에 하는 공통점이 있다. 먹고 입고 마시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결정의 숫자를 줄인다는 점도 그렇다. 내 경우 중요한 원고는 일어나자마자 쓰고, 허기가 질 때는 아몬드와 삶은 달걀 2개를 먹는다. 선택의 피로와 비용을 줄여 원고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충실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특히 아침을 ‘재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아침을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고 정의하거나, ‘리셋 버튼’이라고 상상하면 매번 초심자의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몇 시에 일어나는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의지력 충만한 아침에 몇 분이라도 ‘정말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그것’을 하라는 것이다. 그 하루가 쌓여 한 달, 일 년이 되면 삶이 되고 곧 태도가 된다. 좋은 선택이 좋은 삶이고, 좋은 태도가 좋은 길로 내 삶을 이끈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애쓰는 나는 좀 멋지지 아니한가.





캐나다의 여섯 식구 가족(family-of-six)이 1년 예정 세계 여행을 다니고 있다(go on a year-long trip around the world). 엄마·아빠와 5~12세 네 남매(four siblings)가 지난 3월부터 나미비아·잠비아·탄자니아를 시작으로 최근엔 몽골과 인도네시아를 거쳤다. 말을 타러 가고(go horseriding) 싶다는 맏딸의 바람(the eldest daughter’s wish)에서 낙타 등 위에서 주스를 마시고 싶다는 막내아들 소망(the youngest son’s hope)까지 아이들의 버킷 리스트를 채워가는 중이다.

어찌 보면 한가로운 듯한 이 가족의 여행 가방에는 애절한 사연 꼬리표(tag of heartrending story)가 달려 있다. 네 남매 중 둘째 아들을 제외한 열두살 큰딸과 일곱살·다섯살인 셋째·넷째 아들이 희귀 유전병으로 시각장애인이 될(go blind with rare genetic disease) 운명에 처해 있다. 둘째만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았을(get the all clear) 뿐 세 남매는 망막색소변성이라는 희귀 질병으로 인해(due to the rare condition) 30대 나이 이전에 시력을 잃게 될(lose their sights)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던(work in finance) 엄마와 아빠는 곧바로 휴직계를 냈다(take a leave of absence). 세 남매가 시각장애인이 되기(be visually impaired) 전에 그들의 기억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로 채워주기(fill their memories with the most beautiful images) 위해서였다. 시각적 기억 저장고를 만들어주라는(build up a bank of visual memories) 의사의 권고를 따르기로(carry out their doctor’s recommendation) 했다.

망막색소변성이란 시각세포가 망가지면서(break down) 점차적인 시력 악화를 초래하는(cause the gradual deterioration of sight) 희귀병이다. 밤이 되면 잘 안 보이기 시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히 악화된다(rapidly get worse over time). 현재로선(at present) 치료법이 없다. 맏딸은 일곱살 때인 2018년, 두 아들은 이듬해 같은 질병 진단을 받았다(be diagnosed with the same disease).

여섯 식구의 세계 여행은 정해진 일정(set itinerary)이 없다. 어차피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2020년 7월 러시아와 중국 횡단 여행으로 시작하려(begin with an overland trip through Russia and China) 했으나, 그마저 코로나19로 보류됐다(be put on hold). 그러다가 아이들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 3월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 여정이 최근 인도네시아까지 이어졌다.

엄마·아빠는 요즘 부쩍 호기심 많은 ‘질문 폭탄’(curious ‘question-bomb’)이 된 다섯살 막내의 잇단 물음에 가슴이 미어진다(feel their hearts torn apart). 피할 수 없는 인생 현실(fact of life)이라는 것까지는 설득했는데, 매번 말문이 막힌다(be at a loss for words).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건데? 자동차 운전은 할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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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day's choice is
what I am today




아인슈타인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충분히 아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다. 고수의 세가지 특징은 가장 쉽게 말하고 복잡한 걸 단순하게 처리하며 엄청 재미있는 사람이다.





“자기가 무슨 황영조, 이봉주 선수쯤 되는 줄 아나 봐? 아이고, 손기정 선생님이 기특하다 하시겠다.”

현관에 앉아 운동화 끈 매고 있는데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거린다. 남편이 건강을 위해 달리기 좀 하겠다는데 왜 이러는 걸까?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친’ 러너들이 사랑하는 계절, 유월 장마가 시작됐던 것이다. 비 올 때 달리러 나가는 그 기분 아는가. 머리에 쌓여있던 복잡한 생각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말끔함, 세상의 금기를 깨는 것 같은 황홀함.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러너들은 그것을 우중런(雨中run)이라 부르며 사랑한다.

“또 감기 걸려 골골거리지 말고 적당히 뛰고 와.” 감기는 무슨. 이 몸이 이래 봬도 영하 15도에서 ‘알통 구보’하던 강철 군인이었다! 속으로만 삼키고, 현관문을 열고 나선다. 거리에 쏴~ 빗줄기가 날린다.

내가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때는 몸 안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극성을 부릴 때였다. 등허리는 언제나 푹신한 소파를 찾았고, 입술은 간(肝)의 사정은 살피지 않고 매일 밤 술잔과 어울렸다. 편의점이 생각보다 육체노동이 많은 업종이긴 하지만, 그래도 온종일 실내에 머문다. 몸무게는 몇 차례 앞자리를 갈아치웠다. 어느 날 결심하고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트레드밀 위를 코뿔소처럼 쿵쿵 뛰고 있는데 개그맨 김병만씨처럼 체격이 다부진 관장님께서 다가와 말씀하셨다. “체중부터 빼셔야것시유. 그러다 무릎 나가유.” 욕심을 내려놓고 걷기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진화한 것이 달리기. 처음 아내에게 내세웠던 명분은 “돈 안 드는 운동”이라는 주장이었다. 아내도 수긍했다. “주말에 남편이 골프장에만 죽치고 있는다고 당신 친구들이 투덜거리잖아. 달리기는 얼마나 좋아. 공짜지, 시간 뺏지 않지.” 성실한 남편을 두었다는 표정으로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뛰어보니 내가 100미터만 달려도 숨이 차는 이유를 알았다. 셔츠와 팬츠였다. 석촌호수를 쌩쌩 달리는 건각(健脚)들을 보니 위아래 운동복을 말끔히 갖춰 입고 있었다. “여보, 내가 옷 때문에 달리기가 안돼.” 아내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깟 운동복이 몇 푼 되겠느냐는 표정으로 지출을 허락했다. 스포츠 용품점에 달려가, 특수 소재로 만들었다는 최고급 셔츠와 팬츠를 구입했다. 주인장 조언에 따라 여러 벌 샀다. 달리기 전용 모자를 사고, 전용 양말, 물통, 선글라스, 휴대폰을 담아둘 가방까지 구입했다. 쇼핑백 한가득, 나는 그렇게 ‘러너’로 다시 태어났다.

보름쯤 지나 역사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500미터만 달려도 땀을 흘리는 것은 운동화 때문이었다. “여보, 운동화가 나쁘면 몸이 망가진대.” 충격과 공포의 기법으로 아내를 설득했고, 스포츠 용품점 사장님은 집 나간 동생이 돌아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그날 쇼핑의 하이라이트는 운동화가 아니라 시계였다.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가 신었다는 과학적 러닝화를 추천한 주인장은 내가 500미터만 달려도 땀이 나는 또 다른 이유로 “기록을 측정해주는 전용 시계가 없는 점”이라는 과학적 진단을 내려줬다. 러닝화보다 3배 비싼 GPS 시계를 손목에 차고 집에 돌아와 나는 그것을 ‘사은품’이라고 엉겁결에 둘러댔고, 덕분에 아내의 손자국을 등짝에 새겼다.

달리기는 공짜고 시간을 뺏지 않는다고?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두세 달 지나, 내가 1킬로미터만 달려도 목이 마른 이유를 알았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세상엔 마라톤 애호가가 어찌나 많은지, 각종 대회도 주말마다 열린다. 수도권은 물론 대전, 군산, 춘천, 부산, 심지어 제주까지, 삼천리 방방곡곡을 누비며 대회에 나갔다. “차라리 골프가 낫겠다. 아주 마라톤 프로 선수 되시겠네!” 아내의 군소리를 뒤로 하고, 새벽 별 보며 집을 나섰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명대사를 떠올렸다. 지금 우리 집엔 대회에서 받은 기념 셔츠와 메달로 박스 하나가 차고 넘친다.

익살스레 글을 쓰다 보니 세상 철없고 나쁜 남편이 된 느낌이지만–사실이 그렇긴 하다–1년쯤 지나 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러너가 되었다. 아내는 그러한 변화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응원해주는 개인 트레이너이자 스폰서가 되고 있다. 처음엔 무릎이 좋지 않아 걷기만 하던 아내도 올가을엔 대회에 나가겠다고 참가 신청서를 쓰는 중이다. 초보자에게는 5킬로미터가 무난하대도 기어이 10킬로미터에 도전하겠단다.

코로나19로 이름 있는 마라톤 대회는 모두 취소되고 각자 휴대폰 들고 아무 데서나 달리는 ‘1인 대회’를 치른 지도 벌써 3년째. 러너들이 ‘가을의 전설’이라 부르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이 오는 10월 23일 열린다는 소식이다. “자, 출발!” 하는 구령과 함께 수만 명이 한꺼번에 달려 나가던 예년의 감동을 올해는 재현할 수 있을는지. 경의선 철마는 달리고 싶고, 러너들의 춘마(춘천마라톤)도 올해는 궤도를 되찾고 싶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 달리기로 약속한 대회라서 더욱 뜻깊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마음은 벌써 단풍이 물든 소양강변을 달린다. 춘마는 붉게 달리고 싶다.




“그대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시간이야말로 인생을 형성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듣자마자 뜨끔해지는 이 말이 프랭클린 플래너 홈페이지에 있었다.

본인이 정한 13가지의 덕목을 지키는 것이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근면, 진실함, 정의, 온건함, 청결함, 침착함, 순결, 그리고 겸손함이다. 이 덕목들 모두를 본인의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프랭클린이 말하는 ‘절제’의 규율은 이렇다. “배부르도록 먹지 말라. 취하도록 마시지 마라.”

페르시아의 키루스왕. 유대인들은 바빌론을 정복한 키루스왕을 자신들을 구원한 메시아로 여겼다. /위키피디아


“네가 이제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게 될 텐데, 두 가지를 명심해라. 첫째, 네가 말하는 시간의 두 배만큼 친구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사람은 누구나 단점과 허물이 있단다. 그러니 친구의 단점과 허물에 개의치 말고 친구 속에 숨어 있는 장점과 강점을 찾아보거라. 그러기 위해서는 친구보다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친구 말을 많이 들어야 한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친구 험담을 하지 말아라. 유대 경전 미드라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을 헐뜯는 험담은 살인보다도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밖에 죽이지 않으나, 험담은 반드시 세 사람을 죽인다.’ 곧 험담을 퍼뜨리는 사람 자신, 그것을 말리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그 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





여야 의원들이 50여 일간 국회가 멈춰 있었는데도 세비 1285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양심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국회의원 공식 연봉은 1억5426만원이다. 이 액수만으로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하는 직업별 평균 소득 최상위권이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 유지비, 사무실 소모품비 등 각종 명목으로 각 의원에게 책정된 1인당 지원금 평균 액수가 1억153만원이다. 의원실마다 8명씩 둘 수 있는 보좌진 인건비로 또 5억원 안팎이 소요된다. 모두 합치면 의원실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국민 세금 7억5000여 만원이 투입된다. 해외 시찰 명목의 해외여행도 국민 세금으로 간다. 국회에서 싸우거나 외유성 출장을 다니고, 법적 처벌을 피하거나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법안을 양산하는 이들에게 국민들은 수천억원의 세금까지 주고 있다.

한국 의원들의 국민소득 대비 연봉은 3.36배로 미국(2.48배), 일본(2.11배), 영국(2.23배), 프랑스(2.10배) 등 선진국 의원보다 높다. 자기 월급을 자기들 마음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연말이면 언제나 여야가 한통속이 돼 몰래 세비 인상안을 통과시킨다. 특수활동비를 삭감한다면서 업무추진비를 올리는 식으로 국민 눈을 속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본 의회는 코로나 고통을 분담한다며 지난 2년간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지만 우리 국회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세비를 올렸다. 역대 국회에서 ‘1호 법안’이 원안 그대로 가결된 것은 16대 당시 세비 증액 법이었다. 지난 국회에선 초선 당선자들이 합동 연찬회에 참석한다며 국회 내 300m 거리를 버스 6대로 이동했다. 의원들이 의전이란 명목으로 받고 있는 각종 특전 또한 상식을 넘는다.

대통령제인 우리보다 의원내각제로 운영되는 유럽 의원들의 위상과 역할은 더 높고 크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 의원은 국가로부터 꼭 필요한 수준의 지원만을 받는다. 직접 운전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의원들이 작은 사무실에서 수시로 야근을 하고,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공동으로 쓰면서 의정 활동 준비는 거의 전부 직접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일하라고 하면 당장 그만둘 의원이 많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놀면서 싸우기만 하는 한국 국회의 근본 원인이 있다.

의원이 되면 출세와 영예, 특전이 단번에 보장되니 수많은 사람이 정치판으로 몰려든다. 좌파에선 운동권, 우파에선 출세주의자들이 많다. 이들이 300개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것이 한국 정치다. 바늘구멍을 통과해 ‘의원님’ 자리를 차지하면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된다. 그러려면 지도부에 잘 보여야 하고 그 가장 확실한 방법이 여야 싸움에 앞장서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일은 너무 많고 혜택은 너무 없는, 매력 없는 자리로 만들면 의원 배지 쟁탈전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박봉에 혜택 없이 국정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무의미한 정쟁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조선일보 사설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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