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 멈춘 국회… 하루 일하고 월급 1285만원 챙긴 의원들
국회 공전 끝에 어제 개원했지만 연봉 1억5426만원 받는 의원들
아무런 감액 조치 없이 전액 받아
국회가 ‘개점 휴업’ 52일째인 2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위해 문을 열었다. 여야 충돌로 상임위 구성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본회의만 연 것이다. 의원들은 50일 넘게 국회 일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 세비 1285만원(세전 기준)은 변함없이 받았다. 매달 20일이 의원 ‘월급날’이다. 오랜만에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 표정은 밝았다. 국회 안팎에선 “의원들이 하루 일하고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챙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의원 세비를 주말을 포함해 하루 일당으로 계산하면 42만원 정도다. 일하지 않아도 깎이지 않는다.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에 사유 없이 불참하면 1회당 3만1360원을 감액한다는 국회법 32조 조항이 있긴 하지만 감액 금액은 일당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난 50일 동안의 경우엔 국회에서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감액할 일 자체가 없었다.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해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대폭 깎자는 법안이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도 여러 건 발의돼 있지만 흐지부지된 상태다.
한국 의원 세비는 연봉 1억5426만원 정도로 다른 주요국보다 적지 않다. 액수 자체로도 일본이나 영국보다 많고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하원의원은 2억2900만원을 받아 우리보다 많지만,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하면 2.48배 수준이다. 우리 의원들은 한국 1인당 국민소득보다 3.36배를 받는다. 세비 외에도 매달 차량 주유비와 유지비 등으로 146만원쯤을 추가로 받는다.
국회가 멈춘 지난달과 이번 달에만 50여 명의 의원이 세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문을 닫을 조짐이 보이면 해외 출장 신청이 물밀듯 들어온다”고 했다. 국회의 해외 출장 결과보고서를 보면 의원 3명이 미국 출장 때 항공료로만 3336만원을 썼다.
美 의원연봉 13년째 동결, 日 코로나때 삭감… 한국은 5년 연속 올려
국민소득 3배 넘는 연봉, 英·佛·日보다 더 많아
대한민국 국회는 입법 효율성과 무관하게 의원 처우만큼은 세계 선두권을 달린다. 올해 국회의원 보수는 세전 1억5426만원이다. ‘수당’과 ‘활동비’ 명목으로 각각 1억722만원과 4704만원을 받는다. 입법 활동과 무관하게 매달 고정적으로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이다. ‘아무 일을 안 해도 받을 수 있는 월급’인 셈이다.
1억5000만원이 넘는 연봉은 의원들이 누리는 혜택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의원 1인당 지원금이 평균 1억153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연봉과 별도로 더 받는 돈이다. 의원 1인당 매년 ‘업무추진비’로 348만원, 사무실 소모품비로 519만원이 지급된다. 매달 차량 기름값과 유지비로 146만원, 통신·우편요금 지원 명목으로 95만원, 비서실 운영비로 18만원이 나온다. 의원이나 보좌진이 출장을 다녀왔다고 영수증을 내면 1년에 평균 737만원까지 출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입법 및 정책 개발 지원’ 명목으로도 연평균 최대 447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의원이 자기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를 제작·관리하는 비용이나 의정보고서 등의 홍보 자료를 인쇄하는 비용까지 모두 세금으로 지원된다.
한국의 경우 의원실마다 보좌 직원 인건비로 연간 5억원 안팎이 지원된다. 각 의원은 4~9급 보좌관·비서관을 8명까지 둘 수 있고, 인턴도 채용할 수 있다. 의원 세비 1억5000여 만원과 연간 지원금 1억여 원을 더하면 의원실 하나에 매년 7억5000만원 이상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밖에 의원들 해외 출장과 의원들끼리 모임에도 별도로 돈이 나온다.
의원이나 의원실이 받는 세금 가운데 국회가 놀았다고 지급되지 않는 금액은 사실상 없다. 의원들이 기본 업무인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 불참해도 국회의장에게 미리 서류만 내면 관련 수당과 경비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의원들이 회의에 불출석하면 의원 보수를 깎자는 내용의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통과는커녕 본회의까지 올라온 적도 없다.
한국 의원들이 받아가는 나랏돈은 개인 보수만 놓고 봐도 세계 주요국보다 적지 않다. 미국은 상·하원의원 보수가 17만4000달러(약 2억2900만원)로 한국보다 많지만, 미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7만430달러)이 한국(3만4980달러)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영국 하원의원 보수는 8만4144파운드(약 1억3300만원)로 한국보다 적고, 상원의원은 고정된 보수가 없다. 회의에 출석했을 때만 수당을 받는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의원 보수는 각각 8만9917유로(약 1억2100만원), 12만154유로(약 1억6100만원), 1242만엔(약 1억1800만원) 등으로 한국과 비슷하거나 적다.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들이다. 국민 1인당 소득 대비 의원 보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 약 2.1배에서 2.5배인 반면, 한국은 3.36배에 달한다.
주요국 의회 중에는 경제 위기와 코로나 유행 등을 이유로 보수를 스스로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의원 보수는 세계 금융 위기 때인 2009년에 마지막으로 인상된 뒤 13년째 동결돼 있다. 일본 의회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와 올해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다. 반면 한국 의원들은 총선 때마다 보수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지만 실제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올렸다.
주요국 의회 상당수는 의원 보수를 직접 결정하지도 않는다. 영국은 독립 기구인 독립의회윤리청이 매년 의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수와 각종 지원 금액의 한도를 정한다. 독일 의원들의 보수는 대통령·총리 등 다른 정무직 공무원들의 보수와 마찬가지로 통계청이 작성하는 국민 평균 임금 통계에 연동돼 있다. 반면 한국은 국회 운영위원회가 인상을 결정한다.
(조선일보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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